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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블레이드 버스트 정장 합작

- 쿠레나이 슈, 스미에 후부키

 

 

“… 겨우 이번 임무가 끝났네. 하마터면 그대로 저승에 인사하러 갈 뻔했어.”

“…”

“그렇게 쉽게 말할 내용이 아니잖아! 소장이 실수하지만 않았다면 우리 전부 멀쩡했어!”

“뭐라고?! 그렇게 치면 아이가, 네 녀석도 만만치 않았어! 가까이 있는 녀석도 못 맞추곤 뭐가 그리 잘났는데?!”

“… 저기,”

“아앙? 여기서 한 번 해보자는 거냐?!”

“아, 그래! 여기서 한 번 붙어보자고!”

“… 그만 좀 해! 빨리 복귀를 하는 게 우선이야. 싸울 거면 돌아가서 싸워!!”

 

후부키의 호통에, 꼬리를 내리는 아이가와 란지로다. 잠시 서늘한 공기가 흘렀다. 있는 사람이라곤, 정신을 잃은 적들과 아이가, 란지로, 그리고 후부키 뿐이었다. … 밖에 대기하고 있는 차로 돌아가자. 침묵의 시간을 깨트리며 말을 꺼내는 후부키다. 혹여나 또 호통이 날아올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향하는 두 사람이었다. 이윽고 후부키가 뒤를 따랐다. 심하게 다친 것인지 한 쪽 어깨를 부여잡은 상태로.

 

“… 오늘의 임무는 꽤 늦게 끝난 모양이네요. 모두 엉망진창이고.”

“흥, 사람이 예상 외로 많았던 것뿐이라고!”

“얼씨구, 너는 아주 신명나게 구르던데?”

“뭐? 그러면 소장도 똑같았잖아!”

 

말 다 했냐?! 아까 싸운 것으로는 모자랐던 것인지, 어느새 출발한 차 안에서도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다. 서로 기운이 없었던 탓에 별로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귀에 거슬렸다. 후부키는 잠시 자려고 했던 몸을 잠시 일으키곤 앞에 보이는 페트병을 뒤로 던졌다. 제발 조용히 앉아서 가자는 뜻으로. 다행히도 잠시 불 같이 화를 내다 기절하듯 잠드는 두 사람이었다. 후부키도 아픈 곳을 대충 살펴보곤, 편히 등을 기대었다. 검은색의 정장을 입었기에, 붉은색으로 물드는 것을 제대로 보진 못 했지만.

 

“…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건가요? 이제 그만 일어나서 내려요. 도착했으니까.”

 

차가 멈추고, 스오우는 뒤에서 자고 있던 두 사람을 깨웠다. 물론, 쉽게 일어날 두 사람이 아니었다. 한숨을 잠시 쉬고는 운전석에서 내려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자고 있던 두 사람의 머리채를 잡아 그대로 땅에 내팽개쳤다. 으악! 하는 의미 불명의 소리와 함께 겨우 잠에서 깨는 두 사람이다. 그런 광경을 보며, 후부키는 조수석에서 내렸다. 아직도 다친 곳이 욱신거리는 것인지 표정은 좋지 않았다.

 

“… 보고는 후부키가 하는 건가요?”

“언제나 그랬잖아? 스오우, 너는 내일 일이 있는 걸로 아는데 먼저 들어가.”

“몸 상태가 안 좋은데, 괜찮겠어요?”

“… 당연하지. 이정도는 괜찮아.”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위로 향하는 후부키다. 언제나 임무가 끝나면 보고를 하는 역할이었기에. 아직 아픈 곳이 아려왔지만, 애써 넘기며 걸었다. 요 며칠 임무 때문에 너무 무리를 한 탓일까.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표정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보고를 위해 들어가야 할 문 앞에서, 표정을 억지로 풀려 노력하며 똑똑 두드렸다.

 

“… 들어와.”

“… 다녀왔습니다.”

“후부키구나. 임무에서 돌아온 모양이네. 보고는?”

“아, 네‥. 그러니까,”

 

임무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앉아있던 그, 아니, 슈에게 보고하는 후부키다. 상처에 표정이 살짝 찌푸려지긴 했지만, 겨우 넘기며 오늘의 보고를 끝맺었다. 보고를 전부 들은 슈는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후부키의 오른쪽 어깨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입을 여는 슈다.

 

“저번에 줬던 정장이 엉망이 됐구나.”

“… 네. 임무에서, 좀 전투가 있었던 탓에.”

“찢기고, 뜯어지고…. 후부키, 잠시 겉옷을 벗어보지 않을래?”

“네? 아니, 저…. 슈 씨, 그건….”

“… 어서. 아무리 다른 애들을 속였어도, 날 속이려고 할 생각은 하지 마. 다쳤잖아. 오른쪽 어깨.”

 

그 말을 듣고, 조금 고집을 부리다 결국 벗는 후부키다. 다친 상처 탓일까, 흰 와이셔츠의 반 정도가 어느새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것을 본 슈는 표정을 굳혔다. 이정도가 될 때까지 무리를 했다고? 조금 화가 난 듯한 그의 표정에, 후부키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쉽게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인 듯했다.

 

“후부키.”

“… 네.”

“왜 이렇게 무리를 한 거야? 지원할 수 있는 동료도 밖에 있었잖아.”

“… 그래도, 안에 들어간 인원으로 끝을….”

“… 그런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마. 너 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료까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조금은 누그러진 말투에, 후부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의무실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을 끝으로 그만 나가보라는 말이 귀에 들렸다. 오늘은 피곤한 후부키의 상태를 보고 빨리 끝낸 것에 가까웠다. 슈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 보였기에. 후부키는 고개를 살짝 숙이곤, 밖으로 나갔다. 후우. 짧은 심호흡을 하며 치료를 받기 위해 의무실로 향했다. 사실은 당장이라도 숙소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간 슈가 가만히 넘어갈리 없었다. 피곤한 몸을 질질 이끌며 의무실로 들어가는 후부키다.

 

“… 치료 받으러… 아무도 없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의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흰색의 침대에 풀썩 앉았다. 자꾸만 눈이 감겼다. 기다려야할 것 같은데…. 억지로 눈이 감기는 것을 참으며 계속 버티는 후부키다. 하지만, 아무래도 피곤이 쌓인 몸은 무리였는지 침대로 쓰러졌다. 몰려오는 잠에, 결국 눈을 감았다.

 

*

 

“… 후부키.”

“…”

“… 많이 피곤했구나.”

 

잠든 후부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슈다. 요즘 임무로 무리를 하는 것 같더니. 아무래도 가끔은 쉬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손에 들고 있는 종이가방을 내려놓았다. 후부키가 원래 입던 정장이 엉망이 된 탓에, 똑같은 사이즈로 자신이 입는 것과 똑같은 정장을 급히 준비했다. 후부키가 숙소로 돌아가기 전, 선물하고 싶던 것이지만 아무래도 힘들어보였다. 치료도 아직 안 된 모습에 표정을 조금 찌푸렸다. 의무실을 맡고 있던 조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탓에, 이 상태로 자고 있었다. 한숨을 잠시 쉬곤, 구급상자를 찾는 슈였다. 응급처치라도 해주고 싶었기에. 피로 얼룩진 와이셔츠를 조심히 벗기고 상처를 확인했다. 꽤 심한 상태에 표정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이 상태로 계속 버틴 게 신기하네. 후부키…, 조금은 동료한테 의지해. 나라도 좋으니까.”

 

자고 있어 듣지는 못 했겠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 드러내는 슈였다. 조금이라도 의지해줘. 워낙 혼자서 앓는 후부키였기에, 마음이 조금 쓰였다. 자신이라도 괜찮으니, 마음을 의지해줬으면 했다. 상처의 응급처치가 끝날 즈음, 눈을 살짝 뜨며 잠에서 깨어나는 후부키였다.

 

“으…. … 슈 씨?”

“일어났구나. … 상처 응급처치는 대충 끝났어.”

“… 아! 그….”

“인사는 괜찮아. 그리고 이거.”

“이건…?”

“새로운 정장. 피로 엉망이 됐으니까, 새로 주는 선물이야. 나랑 똑같은 종류로.”

 

슈 씨랑 똑같은 종류의 정장이라고요?! 놀란 표정을 짓는 후부키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슈는 받아주라는 말을 끝으로, 의무실을 나섰다. 의무실에 혼자 남아 멍한 상태로 슈의 선물을 안고 있던 후부키는 어느새 얼굴이 조금 붉어져있었다. 슈 씨랑 같은 정장…. 사실은 좋았다. 매우 좋았다. 과연 받아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지만, 어느새 꽉 안고는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다친 부위가 아프지 않았다. 사실은 아직도 조금씩 아팠지만, 슈의 정장을 선물 받았다는 사실이 다 잊게 만들었다. 이 옷을 입고 다닐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과 함께 쉬는 후부키다.

Lights - Sapphei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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